“멈춰 있는 한 사람이 바라본, 도시의 얼굴" 번화가에 앉아있었을 때 느꼈던 것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이 실험은 ‘움직이지 않는 나’에서 시작됐다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는 늘 뭔가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약속 장소를 향해 뛰거나,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거나.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그냥 도시 한복판에 앉아 있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래서 준비했다. 번화가 한복판, 평소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의 벤치에 12시간 동안 앉아만 있어보기.
핸드폰은 사용하지 않고, 음식은 간단한 생수만. 오로지 눈으로만 세상을 구경하기로 했다.
아침 10시. 사람이 적당히 오가는 시간대에 자리를 잡았다.
노트 한 권과 펜, 그리고 조용한 마음 하나를 들고 시작한 도시 속 침묵 실험.
그렇게 나는 멈췄고, 도시는 여전히 움직였다.
앉아 있기만 해도, 세상은 말을 걸어왔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주변 세상이 더 크게 느껴졌다. 소리, 사람, 냄새, 감정 — 모든 게 선명했다.
점심시간 무렵엔 회사원들이 쏟아졌다.
빠른 걸음, 짧은 대화, 인상을 찌푸린 얼굴.
누군가는 이어폰을 끼고, 누군가는 통화하며, 누군가는 혼자 밥을 먹으러 갔다.
나는 그 흐름에 속하지 않는, 이상한 정물처럼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지 저 사람?”
“누구 기다리나?”
“길 잃었나?”
몇몇은 슬쩍 곁을 지나며 쳐다봤고, 어떤 이는 진짜 궁금한 얼굴로 한참을 바라보다 지나갔다.
누군가는 말을 걸까 싶었지만, 다들 바쁘고 조심스러웠다.
나는 그냥 거기 있는 ‘풍경 같은 사람’이 되었고, 점점 더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 들었다.
오후 4시.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 데이트하러 나온 커플들, 엄마 손잡고 걷는 아이까지.
거리는 변했고, 분위기도 바뀌었다.
나는 그대로인데, 시간과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갔다.
도시에서 ‘가만히 있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 실험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지루함이 아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을 견디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도 쓸모가 없는 시간.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
처음엔 해방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과 ‘무력감’이 밀려왔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다들 열심히 움직이는데, 나는 왜 멈춰 있지?’
그 감정은 내가 원래 살아온 리듬을 벗어났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저녁 8시가 가까워졌을 무렵, 마음이 조금씩 느슨해졌다.
이 도시는 원래부터 이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단지 그걸 처음으로 ‘제대로 본’ 것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퇴근길 사람들의 표정은 아침과 달랐다.
지친 얼굴, 허기진 몸짓,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그들의 속도를 쫓지 않으니, 그들이 더 잘 보였다.
마치 ‘관찰자’가 된 기분.
내가 이 도시의 리듬을 타고 있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겼다.
마무리하며 : 도시를 바라보는 가장 느린 방식
12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얻은 것은, 세상을 ‘다시 보는 눈’이었다.
사람의 표정, 도시의 리듬, 나 자신의 속도 — 그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항상 ‘해야 할 것’에 집중하며 살지만,
가끔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주변을 바라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건 낭비가 아니라 회복이고, 관찰이자 사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 번쯤은 ‘도시의 관객’이 되어보기를 추천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