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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하기 싫고, 배는 고프고

by 나으넹 2025. 4. 18.

자취생을 위한 최소 행동 레시피 3가지 “물을 붓는 것조차 귀찮은 날을 위한 생존 가이드”. 자취생을 위한 요리 레시피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요리는 하기 싫고, 배는 고프고
요리는 하기 싫고, 배는 고프고

 

자취생의 요리 기준: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엔?


요리를 ‘하는’ 날과 ‘해야만 하는’ 날은 다르다. 전자는 여유가 있을 때고, 후자는 삶에 쫓길 때다. 자취생의 하루는 종종 후자에 머무른다. 퇴근 혹은 수업 끝나고 방에 들어온 순간,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으며 한숨이 터진다. “뭐 해 먹기도 귀찮고, 배달은 너무 비싸고…”

이럴 땐 요리가 아닌 ‘생존’이 필요하다. 즉, 요리를 하면서도 최대한 덜 움직이고, 설거지도 줄이고, 뇌도 쉬게 해야 한다. 게으름과 최소의 에너지를 기준으로 한 요리. 이름하여, “최소 행동 레시피”다.

이 글에서는 내 자취 인생을 구원한 초간단 요리 3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조리라고 부르기 민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날엔 바로 그런 게 필요한 법이다.

 

감정적 국물: 물만 부으면 위로가 되는 마법


재료:

컵라면 용기

남은 떡국떡, 만두, 치즈 한 장 (선택사항)

뜨거운 물

감정 (필수)

조리법:

컵라면 용기를 비운 후, 스프만 남긴다.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긁어모아 컵에 넣는다.

뜨거운 물을 붓고 5분 정도 감정을 가다듬는다.

젓가락을 들기 직전, 치즈 한 장을 올리면 끝.

코멘트:
배고픔보다 공허함이 더 큰 날엔 국물이 필요하다. 이 국물은 맛을 기대하기보다, “그래, 오늘도 버텼다”는 마음을 담는 게 중요하다. 이름만큼 감정적이지만, 이상하게 한 입 뜨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라면 하나 끓일 힘은 없지만, 물 부을 힘은 있으니까.

 

죄책감 없는 전자레인지 볶음밥

 

재료:

냉동볶음밥 한 봉지

계란 1개 (있으면)

치즈/김/김치 약간 (기호에 따라)

전자레인지

조리법: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볶음밥을 넣는다.

계란을 위에 깨서 올린다 (노른자 톡 안 터뜨리면 감성 2배).

뚜껑 없이 돌린다. 4~5분.

김이나 김치 얹어서 먹는다.

코멘트:
중요한 건 팬을 꺼내지 않는다는 것. 불 안 켜는 것도 포인트. 볶음밥은 “요리했다”는 착각을 줄 수 있어 자기만족까지 챙길 수 있다. 게다가 전자레인지 특유의 건조함이 계란 노른자랑 묘하게 어울린다. 치즈 올리면 요즘 감성 다 됐고, 김치는 어느 날엔 위로, 어느 날엔 반성으로 작용한다.

 

한입만 감성 토스트 (a.k.a 귀찮토스트)

 

재료:

식빵 2장

슬라이스 치즈

마요네즈 / 케찹 / 잼 아무거나

프라이팬 or 토스터기 (최소한의 조리기구)

조리법:

식빵 두 장 중 한 쪽에 치즈 얹는다.

다른 한 쪽엔 소스를 아무거나 바른다.

합체한 뒤 팬에 1~2분만 굽는다. 귀찮으면 토스터기에 넣어도 OK.

대각선으로 자르면 기분이 좀 산다.

코멘트:
“나는 지금 요리를 했다”는 자존감을 위한 토스트다. 이름하여 귀찮토스트. 만드는 시간보다 사진 찍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다. 잼이든 마요든 아무거나 바르면 되는데, 뭔가 ‘자기만의 조합’을 만드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한 입 베어 물면 ‘뭐라도 했네’ 싶은 이상한 안도감이 든다.

 

결론: 요리는 때때로 자존감의 연료다

 

우리는 모두 거창한 요리보다, 삶을 유지시키는 한 끼에 더 자주 기대게 된다.
요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가끔은 너무 피곤해서 그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손 많이 가는 요리 대신 나를 위한 최소 행동 레시피를 떠올려보자.

물을 붓는 것만으로도, 전자레인지 버튼 하나로도, 식빵 한 장으로도
그날의 공허함을 조금은 메울 수 있다면,
그건 이미 훌륭한 요리이자 ‘살아낸 흔적’이다.

오늘도 요리 안 했다고 자책하지 말자.
그냥 먹은 것도 삶이다.
그리고, 그걸 글로 남긴 당신은 생각보다 괜찮은 자취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