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다신 안 하는 내 돈썼썰

by 나으넹 2025. 4. 19.

지름신 강림 후 후회한 웃픈 소비 기록들. 이번에는 다시는 하지 않을 소비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다신 안 하는 내 돈썼썰
다신 안 하는 내 돈썼썰

 

“밤 11시에 산 안마기, 등보다 마음이 눌렸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고 돌아온 어느 밤 11시.
몸은 피곤하고, 기분은 텅 비어 있었다.
그 순간 유튜브 알고리즘이 기가 막히게 "극락 마사지기" 광고를 틀어줬다.
눈을 의심했다. 등부터 허벅지, 종아리까지 전신 커버에
“무중력 모드”, “열선 기능”, “오토 AI 지압”…?

광고가 끝나기도 전에 내 손은 이미 결제를 누르고 있었다.
할부 6개월. 나의 지친 어깨를 위한 투자라며,
“이건 소비가 아니라 건강 관리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며칠 후, 대형 박스가 도착했다.
설치까지 끝내고 딱 10분 써봤다.
느낌은?
음… 생각보다 좀 셌다. 아니, 많이 셌다.
근육이 풀리기보다, 갈비뼈가 다리미질당하는 기분이었다.
기능은 많은데 나랑 안 맞았다.
결국 1주일 후엔 방 한구석에서 행거 아래 ‘발 받침대’가 되었다.

지금도 가끔 본다. 그 어두운 방 안에서 조용히 빛나는 전원 버튼을.
등은 눌리지 않아도 마음은 눌려버린 소비.
교훈?
감성으로 산 물건은 현실에서 외면당한다.

 

“빈티지 감성 카메라가 찍은 건, 내 잔고였다”

 

SNS에서 핫하다는 ‘레트로 필름 카메라’.
딱 봐도 감성 가득, 인스타 감 터지는 샘플 사진들.
‘나도 이런 색감으로 일상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문제는… 난 사진을 거의 안 찍는 사람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참에 사진 취미 한 번 가져볼까?”
“요즘 기록이 중요하지”
이런 생각으로 중고 사이트에서 은근히 비싼 수동 필름 카메라를 구매했다.

카메라는 멋졌다.
가죽 스트랩도 고급졌고,
셀카는 안 되지만 그것마저도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필름 한 통을 다 못 썼다.

현상도 까다롭고, 찍을 때마다 노출, 초점 조절에 긴장되고.
마음은 아날로그였지만,
나는 이미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지금 그 카메라는 내 방 책장 한 칸에서 "무드 인테리어 소품"이 되어 있다.
분명 사진 취미 시작하려고 샀는데,
정작 남은 건 감성보다
“감성에 질식한 잔고” 뿐이었다.

 

“샐러드 정기배송, 나보다 야채가 먼저 지쳤다”

 

몸도 챙기고, 귀찮음도 줄이고 싶어서
샐러드 정기배송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제 아침마다 신선한 야채 먹으면서 건강해지자”
라는 다짐과 함께,
한 달 단위로 20팩짜리 구독을 결제했다. 나름 큰맘 먹고.

첫 며칠은 좋았다.
투명 용기 안의 컬러풀한 채소들,
곤약 드레싱, 삶은 달걀까지 완벽.
딱 3일. 거기까지였다.

4일 차에 야채를 보자 울컥했다.
“또 양상추야?”
“왜 이렇게 싱겁고 차가워?”
입안은 풀밭, 마음은 메마름.
심지어 회사 냉장고에 넣어둔 샐러드를 깜빡해
그날 퇴근길에 시든 로메인을 품에 안고 지하철을 탔다.

그렇게 몇 팩은 먹지 못하고 유통기한이 지나 쓰레기통으로 직행.
정기배송 취소 전화를 하면서,
나는 다짐했다.
"정기적으로 먹을 자신 없으면 정기배송도 사치다."

지금은 편의점 샐러드조차 가끔이면 충분하다는 걸,
몸보다 먼저 입이 피로해졌다는 걸
깨달은 돈썼썰이었다.

 

마무리: 반성은 하지만 웃기긴 하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본다.
지름신 강림은 항상 “합리적인 변명”과 함께 오고,
후회는 늘 “왜 그때 그랬을까”라는 멘트로 마무리된다.

무리해서 샀던 안마기

감성에 눌려 산 필름 카메라

열정만큼 빨리 시들어버린 샐러드 정기배송

이 소비들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만 사자.
그리고 일단 하루만 더 고민하자.

다신 안 하겠다고 다짐은 하지만,
솔직히 다음에도 비슷한 삘이 오면 또 흔들릴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을 남긴다.
내 소비의 블랙박스처럼.

혹시 당신도 ‘이불킥 소비’ 기억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줘.
같이 후회하면 덜 민망하잖아